지난 번 글에서 <임신 전 & 초기의 혈액 및 혈액형 검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1-3번 검사는,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산전 검사 2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초기 산전 검사 중에서 감염 검사, 즉 ‘TORCH 감염 검사’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TORCH라는 각 검사의 이니셜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이 검사 역시 혈액 검사에 의해서 확인할 수 있다.
4. TORCH 감염 검사
4-1. 톡소포자충증 검사 (T, Toxoplasma gondii)
톡소포자충증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질환으로 그 원인은 톡소포자충에 의한 감염이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를 숙주로 하는 기생충의 하나로써, 고양이의 대변에 오염된 음식을 먹을 때 전염될 수 있다. 톡소포자충은 임신 초기에 산모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전달되는 빈도 자체는 후기에 비해 낮지만, 일단 수직감염이 일어나면, 태아의 맥락 망막염, 대뇌 석회화, 뇌수종증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조기 진통이 오기도 하는 위험한 기생충이다.
고양이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톡소포자충의 원충은 열에 의해 잘 파괴되므로 음식을 익혀서 먹고 청결한 식습관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아직 이론의 여지가 있다.
활동성 감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산모는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Spiramycin을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태아 감염증을 감소시킬 뿐 그 병세를 약화시키지는 못 한다고 알려져 있다.
검사는 산모의 혈액에서 혈청의 증감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이미지 1: 톡소포자충증>
4-2. 매독 검사,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검사 (O, others; Syphilis, HIV, HBV)
선천성 매독은 매독에 걸린 임산부의 태반을 통해 태아가 매독균에 감염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태아의 자궁 내 사망과 피부 질환, 신경 질환, 치아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매독균은 체내에서만 살아있기 때문에, 감염 환자와의 성적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간단한 예방법이다.
치료는 진단 즉시 항생제를 복용해서 태아의 감염을 방지해야 한다. 선천성 매독은 치료받지 않으면 예후가 매우 나쁘므로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혹시 모르니 아빠도 같이 검사 받는 게 좋다.
검사는 산모의 혈액을 이용하여 혈청에 매독균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미지 2: 매독의 임상적 소견>
<이미지 3: 선천성 매독>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의 위험성은 여기서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한데, HIV는 임신 중, 분만 중, 모유 수유 과정에서 산모로부터 태아에게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항에이즈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약 5%의 태아에서만 HIV의 수직감염이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고, 무시무시한 AIDS의 이미지와는 달리 HIV 감염 자체가 태아의 기형이나 조사, 저체중아 등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HIV가 무서운 이유는 면역이 결핍됨에 따라 감염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임은 이젠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HIV도 신체 밖에서는 살지 못 하기 때문에, 혈액과 체액을 통해서 직접적으로만 전파된다. 식사나 세수, 가벼운 입맞춤, 기침, 수영장 등의 일상적 활동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으므로, 불필요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환자와의 성적 접촉을 피하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이다.
HIV에 감염된 산모는 감염에 노출되거나 혹은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감염내과와 산부인과 의사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항바이러스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검사는 산모의 혈액을 이용하여 혈청에 HIV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미지 4: HIV 감염 경로 및 감염 확률>
B형 간염 바이러스(HBV)는 한국인의 7%에서 감염되어 있다고 보고될 정도로 매우 흔한 바이러스이고, 이것만으로도 수 백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HBV 역시 임신 중, 분만 중 모유 수유를 통해 태아 및 신생아에게 전해져서, 급성 간염 또는 만성 간염을 일으켜 나중에 간경화, 간부전, 간암을 유발한다. 그리고 만성 간염으로의 이환율은 신생아가 어릴 때 감염될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산모의 적절한 대응이 필수적인데, HBV는 예방과 치료법이 잘 연구되어 있어서 이를 잘 따라주면 된다.
일단, HBV에 대한 항체 미보유자 산모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즉시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6개월에 걸쳐 세 번 접종 후에야 항체 형성이 완성되므로 미리 맞아두는 게 좋다. HBV 만성 감염 산모의 경우, 신생아에게 HBV 백신과 HBV 면역글로불린을 접종함으로써 수직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0%의 신생아는 HBV에 감염되는데, 이것은 태반을 통해서 감염된 것으로 판단한다.) 모유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으므로, 아기에게 항체가 생성된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유 수유는 하지 않는다.
인터페론과 항바이러스제 등을 이용하여 HBV를 치료할 수 있지만, 임신 중 금기인 약물도 있으므로 최대한 일찍 치료받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검사는 산모, 아빠, 아기의 혈액에 있는 HBV 관련 표지자 유무와 바이러스 DNA 농도를 조사하여 판독한다.
4-3. 풍진 검사 (R, Rubella virus)
풍진은 풍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게 선천성 풍진 증후군과 출생 후 감염된 풍진 이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선천성 풍진 증후군은 임신 초기에 감염될수록 기형을 초래할 확률이 높은데, 특히 임신 첫 3개월 동안 풍진에 대한 항체가 없는 산모가 풍진에 감염되면 태반을 통해서 태아에게 전달되고 태아의 청력장애, 백내장, 녹내장, 심장 기형, 지능저하 등의 선천성 기형을 일으킨다. 반면, 출생 후 감염된 풍진의 대부분은 림프절염, 발진, 발열 등의 비교적 가벼운 임상경과를 거치고, 이 경우 대증치료 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풍진은 다행히 MMR (Measle 홍역 + Mumps 볼거리 + Rubella 풍진)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데, MMR은 살아있는 균의 독성을 약화시킨 뒤 접종하는 생백신(Live vaccine)이므로 산모는 백신 접종 후 최소 3-6개월은 피임해야 한다.
검사는 산모 또는 태아의 혈액에서 풍진에 대한 항체의 증감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풍진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이미지 5: 풍진>
4-4. 거대세포바이러스 검사 (C, Cytomegalovirus)
거대세포바이러스(CMV)는 정상 산모의 8-35%에서, 그리고 신생아의 0.2-2.5%에서 검출될 정도로 매우 흔한 바이러스로,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건강한 사람에서는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나타나다가 환자의 면역력이 낮아지면 초감염 또는 재활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산모에게도 임신 중 처음 CMV에 감염된 경우와, 이미 CMV에 감염되어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재활성화된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CMV는 태아에게 이환될 경우 감각신경성 난청, 안과 질환, 신경 질환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CMV는 주로 손을 통해 옮겨진다고 알려져 있어서, 면역이 저하된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항상 손을 잘 씻는 습관이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치료제를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받는다.
검사는 산모의 혈액을 이용해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혈액 또는 소변에서 직접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이미지 6: 거대세포 바이러스병- 급성기 초감염>
<이미지 7: 거대세포 바이러스병- 재활성화 감염>
4-5. 단순 포진 바이러스 검사 (H, Herpes simplex virus)
단순 포진 바이러스(HSV)는 흔히 입 주변의 물집을 생기게 하는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는데, HSV-1과 HSV-2의 두 가지 종류가 있고 미국 성인의 50-80%가 HSV-1에, 약 20%가 HSV-2에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이다. 산모의 경우, 성기가 HSV에 감염되어 있고 스트레스 또는 질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된 틈을 타, 바이러스가 활성화 되면 아기에게 바이러스를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성인의 HSV 감염은 증상이 경하거나 잠복감염 형태를 띄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기가 HSV에 이환될 경우 신생아 헤르페스와 뇌수막염을 일으켜 그 후유증으로 영구적인 신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HSV는 면역이 저하될 때 나오는 바이러스이므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HSV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잠복되어 있으므로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고 바이러스 활성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검사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이용한 항체 증감 유무를 확인한다.
출처 및 참고
- 국민 건강정보 포털 http://health.mw.go.kr/
- 보건복지부 아가사랑 http://agasarang.org/
- 서울시 강남구 보건소 http://health.gangnam.go.kr/
- 대구시 달서구 보건소 http://www.dalseo.daegu.kr/healthcenter/
사진 출처
- 대한의학회 http://www.kams.or.kr/
편집자의 주
여러 질환들의 앞글자를 따서 TORCH 검사라고 하는 건 처음 알았는데요. ^^* 이중에서 아마 예비맘이신 분들께서 가장 관심있게 보신 것은 아마 ‘풍진’이 아닐까 싶네요.
임신 초기에 풍진에 걸리면 기형아 출산의 확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풍진 접종 후에는 약 3개월~6개월 동안 피임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이 드네요.
풍진에 관해서는 어머님들이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조만간 풍진에 대해서는, 어머님들이 많이 질문하시는 것만 모아서 글을 하나 출판할까 합니다.
임신 전&임신 초기에 하는 검사에 관한 두번째 글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는데요. 마지막이자 네번째 글까지 읽고 가시면, ‘나는 보건소에서 산전검사 이렇게 했어~’라고 광대승천하는 예비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어지는 글
- 보건소에서도 할 수 있는 산전 검사 1: 임신 전 & 초기 ( http://hoyouworld.com/12776 )
- 보건소에서도 할 수 있는 산전 검사 2: 임신 전 & 초기의 혈액/혈액형/소변 검사 ( http://hoyouworld.com/12790 )
-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산전 검사 4: 임신 전 & 초기의 감염 검사- 자궁경부암, 결핵 검사 ( http://hoyouworld.com/12830 )
- 풍진검사에 대한 Q&A ( http://hoyouworld.com/12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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