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적인 내용은  세브란스병원 블로그, 내분비내과 이은직 교수 칼럼을 참고하여 정리한 내용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그렇게 ‘초보맘’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산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한 뼘 남짓 되는 작디 작은 어깨로 이 세상에 적응을 하느라 우리 아가들도 참으로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가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우리 초보맘들이 고군분투해 온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백일의 기적’이라는 시간이 찾아온다. (가끔 ‘백일의 기절’을 갖고 나타나는 아가들도 있다지만)

백일 즈음 되면 아기도 엄마에게, 엄마도 아기에게, 서로 어느 정도씩 적응을 하게 되어 조금은 편해진 육아 생활을 하게 된다. 숨통이 조금 트인 엄마들은 그때부터 조금씩 긴장을 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한번씩은 몸살을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태껏 해왔던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가 보다.” 혹은 “피로가 쌓여서 그런가 보다.” 라는 자가 진단을 하고, 쉬면 곧 나아질 거라고 이내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이 피로감은 좀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나의 경우, 아기의 백일 무렵부터 약 한 달 가까이 몸살 감기와 같은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동생의 권유로 피 검사를 하게 되었고, 날 힘들게 했던 원인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산후 갑상선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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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대한의학회 www.kam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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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후 갑상선염이란?

출산(유산 포함) 후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만성 갑상선염 중의 하나이다. 전체 산모의 5-10% 정도에서 발생하는 매우 흔한 갑상선 질환이다.

2. 어떻게 발생하는가?

임신은 또 다른 생명체를 몸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이므로, 임신과 출산 후 산모의 체내에서는 면역계의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임신 중에는 면역계가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있다가, 출산 후 반대로 활성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가면역 질환들은 일반적으로 출산 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산후 갑상선염도 이러한 기전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3. 산후 갑상선염의 진행

분만 후 수 개월 내에 갑상선 조직에 염증세포의 침윤이 일어나고, 통증이 없이 갑상선이 커지며, 갑상선 기능항진증부터 시작해서 갑상선 기능저하증 시기를 거쳐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 환자의 10-20%는 다음 출산 후에도 산후 갑상선염이 재발하며, 이들은 추후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생길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산후 갑상선염 개념을 이해하고, 주기적으로 검사하며, 필요 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산후 갑상선염의 증상

우선, 산후 3개월을 전후하여 1-2개월 정도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발생한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일부의 환자에서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며, 땀이 잘 나고, 신경이 예민해져 잠을 잘 이루지 못 하는 등의 전형적인 갑상선 기능항진증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약 절반의 환자에서 갑상선이 커지지만, 눈으로 보일 정도로 커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후, 산후 3-6개월 시점에 3-6개월 정도 갑상선 기능저하증 시기를 거친다. 이 때에는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팔다리의 저린 느낌, 부종, 쉽게 추위를 타는 증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므로 의심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고, 흔히들 산후조리를 잘못한 탓으로 생각하여,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진단은 늦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5. 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

갑상선질환 (산후갑상선염, 하시모토 갑상선염, 그레이브스병)의 병력 또는 가족력이 있으면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갑상선 외 다른 장기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산모나, 산후 정신병의 병력이 있는 환자는 산후 갑상선염의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질환이 없이 출산 3개월 전후하여 갑상선 기능항진증/저하증 관련된 증상이 느껴진다면 가까운 내과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6. 산후 갑상선염의 검사

일단 기본적으로 피를 뽑아서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시행한다. 필요할 경우 같은 혈액을 이용하여 항갑상선 항체 유무를 확인한다. 세부적인 감별진단을 위해서 경부 초음파검사, 미세침흡인검사 또는 갑상선 동위원소 스캔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7. 치료 방법

다행히도 산후 갑상선염은 증상이 심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에서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보통 치료가 필요 없다. 병의 경과 상 4-8주 간격으로 갑상선 기능검사를 실시하면서 추적 관찰을 하며, 기능항진 시기에 진전이나 심계항진, 불안증 등의 증상완화를 위해서 베타차단제(β-blocker)를 복용한다. 기능저하 시기에는 증상 완화를 위해 갑상선호르몬을 투여하지만, 발생 후 대략 1년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되므로 중단하게 된다.

출처 : 세브란스병원 블로그, 내분비내과 이은직 교수 칼럼 ( http://blog.iseveranc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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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피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피로가 누적이 되었을 뿐이라고 자가 진단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좀처럼 쉽게 좋아지지 않는 나의 몸 상태에 다소 불안해하며, 심적으로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지친 육아도 모자라,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기도 하는 산후 갑상선염은 대부분의 경우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몸 상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다면, 큰 질병에 대한 불안과 쓸데없이 받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육아와 딱 붙어 찾아오는 피곤한 산후 갑상선염, 이 또한 지나가리라! 🙂

편집자의 주

산후 조리를 잘 안해서, 혹은 산후풍 등으로 생각하고 넘기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신 듯한데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꼭 병원을 가보시기 바래요. 내과(정확히는 내분비내과)에서 검사하시면 갑상선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으신지 알 수 있습니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겠죠. ^^ 어머님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