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fever

이번 포스팅은 평소보다 고민이 많이 되는 주제였다. 소아열병에 써달라는 부탁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단호히 거절하려 했었다. 추측이 난무한 포스팅이 될 거 같아서이다.

소아열병은 정확히는 진단명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전 포스팅처럼 수족구병처럼 진단명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체했어요’도 정확한 진단명이 아닌것처럼… 소아열병은 더 말하기가 어렵다. ‘체했음’은 사회전반에 통용되는 용어로, 진단명은 아니지만 한국인이라면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는 consensus가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매번 정확한 진단명으로 환자에게 설명할 수 없으니… 소아열병이라는 단어를 쓴 선생님이 틀리신 것은 아니다.
어떨 때 쓸 수 있는 말일까…
일단 소아열감기를 그렇게 표현했을 수 있다. 열이 있으면 보통 열이 나게 한 원인이 존재한다. 목이 부었다던지 등등.. 당장은 열이 나는 원인을 못 찾았지만 지금 당장 열이 있는 경우 소아열병이라 이야기 하셨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열사병과 같은 질환을 통칭했을 수도 있는데 소아의 경우 이랬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열이 많은 체질을 열병이라 설명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열이 많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아이가 어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열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땀이 많고 땀띠가 난다고 표현했을 수 있다.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어디까지 전달해야 할지도 고민이 되었다. 어디까지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하는걸까… 사람이 아프면 원인을 알고 싶은 게 당연하다. 내 아이가 아프면 왜 아팠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안아플지 궁금한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열성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인 소아과 의사를 따라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소아과 의사는 우리 아이가 왜 아픈지 항상 정확히 원인을 알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시간이 지나봐야 정확한 검사를 해봐야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면 그 원인을 찾는 것보다 증상을 없애주는 치료를 하게 되고 그런 치료 과정 중에 원인을 밝혀지지 않고 병이 낫게 된다. 의사에게 병원을 찾자마자 “우리아이가 왜 그런가요?” 라고 묻는다면 의사는 속으로는 “저도 모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가… 우리나라의 부모는 무섭다. 그렇게 대답한다면 병원 문닫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정확한 진단명이 없는 경우, 뭉뚱그려서 상황을 보호자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 탄생한 말들이 종종 있을 것이고, 이전에는 고개 끄덕이며 넘어갈 단어들이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되게 된다.

나는 소아과 의사는 아니다. 나는 좋은 소아과 의사를 찾는 평범한 엄마이다. 다만 전공이 의학일뿐 환자를 보지도 않는다.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좋은 소아과 의사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이전의 고대사회와 같은 명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연구에 따라 도출된 최상의 치료방법에 따라 표준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protocol이 모든 환자에게 명확히 구분되어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의 경험과 지식수준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감기, 배탈 등은 꼭 최고의 의사에게 진료받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우리 아이를 꼭 최상 1%의 사람에게만 보여야 하는 부모님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숨통을 좀 열어주자.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중병이 아니라면 기다려주자.
“아픈 아이에게 검사를 했는데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다. 의사가 돈에 눈이 멀었다” 등등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의사는 점쟁이가 아니다.

심각한 개인적 생각을 빼고.. 가벼운 질환은 동네에 믿을 수 있는 주치의를 만들자. 좋은 소아과 의사에 대한 기준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친절한 선생님, 경험이 많은 선생님, 공부하는 선생님 등등…
포스팅이 길어졌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이라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 주시면 좋겠다.

(상단 이미지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pmeidinger/2504745742/sizes/z/ )

편집자 주

이번 포스팅은 ‘열병’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의사 선생님께 기고를 문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위 ‘열병’이라고 하는 단어는 의학적으로 진단명은 아니라고 합니다. ‘열병’이라는 말이 간혹 쓰이곤 하는데, 이 부분은 체한 것처럼 통상적인 말일 수는 있겠다는 것이 기고해주신 의사선생님의 요지였습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함께 적어주셨습니다. 이 글은 사실적인 정보보다는 개인적인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간 글로써, 좋은 소아과 의사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덧붙여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