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아기가 장염에 걸렸다. 처음에는 좀 묽은 변을 3~4차례 보더니, 이제 분유를 먹을 때마다 보기 시작하더니 결국 물설사를 한다. 날씨도 덥고 해서 주변 소아과 전문의 친구한테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바이러스 감염일 가능성이 높고 장염 증상으로 인해 유당분해효소층이 날아가서 설사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일단 약처방 (메디락과 가란타)을 받아야 하고 설사가 아주 심하면 설사 분유를 먹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진료는 보지 않고 내 기준에서 물설사는 심한 거 같아서 얼른 설사 분유 (호프 닥터; 남양 분유)를 사서 먹이고 이유식도 끊고 미음만 먹이고 약도 하루 3번 꾸준히 먹였다. 먹이기 시작한지 2일째 바로 묽은 변이 되었고 그 이후 횟수가 줄더니 4일째 정상변을 봤다. (하하하 병원가는 고생을 안하고 낫기 시작하는구나~) 정상변을 봐도 1~2일은 설사분유를 먹인 후 천천해 떼라고 했지만, 설사 분유가 거의 떨어져 가길래 1/4의 일반 분유를 섞었다. 다시 묽은 변을 보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인가 ㅜ.ㅜ 병원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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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직접 찍은 사진)

소아과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설사 분유의 시작

어머~ 아이가 설사가 엄청 심했나봐요~ 설사분유를 먹으라고 다른 소아과에서 그런거 보면 (혼날까봐 전화 상담이 아니고 소아과 진료를 봤다고 거짓말했다. ㅠ.ㅠ)…… 설사 분유에는 아시다시피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유당을 비롯해서 여러가지가 빠져 있거든요~ 그런데 그 성분들이 성장에 중요해서… 철분을 비롯해서요. 아주 심하지 않으면 저는 권유하지 않거든요~ 약을 먹으면서 설사 증상을 조절하는 게 설사 분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먼저입니다. 그리고 설사 분유를 시작하면 설사는 금방 잡히지만 나중에 서서히 일반 분유와 섞어가며 뗄 때 좀 고생할 수 있어서요.

그렇다. ㅠ.ㅠ 친구인 소아과 선생님도 말했지만 심하면 쓰라고 했다. 그런데 심한 설사의 기준이 뭘까??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설사의 횟수, 설사의 묽기, 아기의 장음 등등을 종합해서 소아과 의사가 판단할 것이다. 엄마 마음에 아기의 첫 장염 증상은 심했다. 그 당시 직접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전문의는 없으니 설사 분유의 시작의 옭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지만…… 시작하지 않은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을 수도…… 설사분유의 시작과 끝은 전문의와 함께하는 것이 옳다. 전화 상담해준 친구도 강조했다. 이건 상담이지 진료가 아니니 꼭 근처 소아과 진료를 보라고……

설사 분유의 끝

지금 설사 분유 3/4에 일반 분유 1/4를 섞었는데 하루 묽은 변 3~4 회 정도이고 무엇보다 장음이 괜찮으니 다시 설사 분유로 돌아가지 말고 지금처럼 먹이다 하루 이틀 괜찮으면 반씩 섞고 또 하루 이틀 괜찮으면 3/4 섞고 또 본 후에 완전히 떼는 걸로 해요~ 그리고 약은 처음에 처방한대로 먹는 게 좋겠네요.

앞선 이야기와 같은 결과이지만 설사 분유를 떼는 것도 엄마인 내가 보는 증상과 전문의 선생님이 보는 견해는 달랐다. 다른 게 아니고 엄마가 틀렸다. 전문의와 상의해 가면서 하는 것이 내 아이를 덜 힘들게 한다. 진료를 보지 않았다면, 영양에 안 좋은 설사분유로 다시 되돌아 갈 뻔 했다.

아기 장염 음식

진료실을 나가기 직전 친정엄마의 질문 “미음만 먹여야 하나요?”

아니요~ 아기가 설사 분유를 먹어서 지금 영양이 부족한 상태라 고기와 야채를 넣은 이유식을 하고 있었다면 좀더 곱게 만들어서 계속 먹이셔도 되요. 아주 심한 상태에서는 쌀미음만 먹인다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이유식을 함께 하는 게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 논문에도 나와있답니다. 분유의 경우 유제품이기 때문에 설사를 유발할 수 밖에 없지만 이유식의 경우 새로운 시도가 아닌 이전에 먹던 음식들은 지속해주는 게 좋아요.

인터넷 검색만을 따라 미음만 먹이라고 했던 나는, 친정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병원을 나섰다.

아기 장염 빨리 낫는 법은 소아과 전문의의 진료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포함해서 인터넷 검색만으로 어떤 질병이든 자가진단을 해서 아이를 힘들게 하지 말자. 각각의 환아마다 겪는 증상과 치료가 다르다. 흔한 질병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끝으로 약을 안 먹이려고 설사 분유를 보호자 판단 아래 시작하는 것은 하지 말도록 하자.
아가야~ 미안하다. 엄마가 고생만 시키는구나~

편집자 주

설사 분유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판단 아래서 사용을 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전문의의 판단 아래, 심한 설사일 경우 사용하는 것은 장염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특정 업체에 대한 비방의 의도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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